혈청 한 방울로 1분 만에 ‘심장마비’ 진단한다. 면역 센서 개발
혈청 한 방울로 1분 만에 ‘심장마비’ 진단한다. 면역 센서 개발
  • 최광민 기자
  • 승인 2016.07.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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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장재성 교수팀, 심근경색 진단 전기식 면역 센서 개발
혈청 한 방울로 1분 만에 심근경색 진단하는 '전기식 면역센서'의 모습(사진:UNIST)

1분 만에 심근경색을 진단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됐다. 심장마비로 알려진 심근경색은 1시간 안에 손쓰면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새로운 센서의 등장으로 심근경색의 진단과 치료가 한층 발전될 전망이다.

UNIST(총장 정무영)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의 장재성 교수팀은 혈액 속 ‘트로포닌 I’ 를 감지하는 전기식 면역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에 혈액에서 분리한 혈청을 떨어뜨리면 1분 만에 트로포닌 I를 감지해낸다. 트로포닌 I는 혈관이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할 때 혈액 속에 흘러나오는 단백질이다.

전기식 면역 센서의 구조도와 주사전자현미경 사진(a) 채집전극과 감지전극(Cr/Au) 두 쌍을 갖는 탄소나노튜브 면역 센서의 구성도.(b) 면역 센서의 두 쌍의 전극(채집전극, 감지전극)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c, d) 채집전극의 뚜렷한 전극 간격(Gc: 25 또는 80µm)과 너비(Wc: 10µm), 감지전극의 뚜렷한 일정 채널 길이(Gd: 20µm)와 너비(Wd: 50µm)를 특징으로 하는 두 쌍의 전극의 확대된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e) 유전영동을 통해 감지 전극 사이에 고농도로 증착된 탄소나노튜브의 주사전자현미경(FE-SEM) 이미지.(f) 감지전극 사이에 고농도로 증착된 탄소나노튜브를 확대한 SEM 이미지.

장재성 교수는 “새로 개발한 센서는 기존 센서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며 “새로운 설계 덕분에 1분 안에 진단이 가능해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서는 면역 반응(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트로포닌 I를 검출한다. 센서 내부에 트로포닌 I(항원)에만 반응하는 물질(항체)이 내장돼 있고, 항원 양에 따라 높아지는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것이다. 트로포닌 I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검출하는 데는 유전 영동(dielectrophoresis, DEP) 원리가 적용됐다. 전기적인 힘으로 트로포닌 I를 한 곳에 모아 효과적으로 농도를 측정한 것이다.

유전영동으로 높아진 트로포닌 I의 감지도큰 그래프는 유전영동이 발생될 때를 보여준다. TBE 용액 안에 트로포닌 I가 500pg/mL(붉은 선)와 100ng/mL(검은 선)일 때 전기저항은 10초부터 빠르게 높아지기 시작한다. 작은 그래프는 유전영동이 발생되지 않을 때를 나타낸다. 그래프에서 나타낸 시간은 10분부터 80분으로, 시간이 지나도 트로포닌 I의 감지도가 높아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창호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피 한 방울에 들어있는 트로포닌 I의 양은 극히 미미하다”며 “전기적인 힘으로 트로포닌 I를 끌어당겨 채집전극으로 모은 덕분에 검출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센서의 성능을 시험하는 데는 500배 희석한 인체 혈청과 완충액으로 쓰는 TBE 용액이 쓰였다. 두 용액에 트로포닌 I와 다른 단백질을 섞어 전기저항을 측정하자, 트로포닌 I에만 높게 반응하는 결과값이 나타났다.

장재성교수(사진:UNIST)

또한 1mL의 혈청에 트로포닌 I가 100ng(나노그램, 10억 분의 1g)에서 1pg(피코그램, 1조 분의 1)로 줄어들자 전기저항도 일정하게 낮아졌다. 이 값은 트로포닌 I 농도에 비례해 일정한 수준으로 변했다.

장재성 교수는 “두 가지 결과는 이 센서가 트로포닌 I만 선택적으로 빠르게 채집하고, 농도에 따른 전기저항이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었다”며 “이는 심근경색 센서로 활용할 때 신뢰도가 아주 높다는 걸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인체 혈청 기준으로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을 가지며, 측정 방법도 간단하다는 면도 장점”이라며 “현재 국내 특허 등록도 완료됐으며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생명공학 센서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8월호에 게재된다. 논문명: Rapid Electrical Immunoassay of the Cardiac Biomarker Troponin I through Dielectrophoretic Concentration using Imbedded Electrodes

 

<연구결과 개요>

혈청 한 방울로 1분 만에 심근경색 진단하는 '전기식 면역센서'의 모습(사진:UNIST)

1. 연구배경

심혈관계 질환(cardiovascular diseases, CVDs)은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망원인이다. 이중 급성심근경색증은 심장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병하는 질병으로, 성인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실제 급성심근경색증 발병 시 10명 중 1~2명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병원에 적절하게 치료 받더라도 10%의 환자는 병원에서 사망한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증이 발병할 위험이 있는지 미리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심근경색증을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혈액 내 생체표지자 농도 측정이 주로 쓰인다. 이때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생체표지자는 ‘크레아틴키나아제-MB’와 ‘미오글로빈’, ‘심장 트로포닌 T’, ‘심장 트로포닌 I’ 등이 있다. 특히 ‘심장 트로포닌 I’는 심장 근육에서 볼 수 있는 단백질로,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에 효과적인 생체표지자다.

만약 심장 근육에 장애가 발생하면, 트로포닌 복합체는 ‘트로포닌 I’를 혈류로 방출한다. 정상 혈청에서 트로포닌 I 농도는 0.6ng/mL이하다. 하지만 심근경색이 나타나면 3~4시간 이내에 트로포닌 I의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이 상태로 4~10일간 유지된다.

2. 연구내용

신속성과 고감도는 심장마비의 진단과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런 면에서 트로포닌 I는 우수한 생체표지자로, 현재 심장마비 진단의 임상 표준이다. 일반적으로는 항체와 압타머(aptamer)를 이용한 면역센서에 표적 단백질을 넣고 반응을 살피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 방식은 30~60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돼 심근경색증 초기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치료에 부적절하다.

본 연구진은 유전영동(dielectrophoresis, DEP)을 이용해 트로포닌 I를 더 빠르게 감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유전영동은 불균일한 전기장 아래에서 입자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를 이용하면 필요한 단백질을 한곳에 모을 수 있어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하는 데 유리하다. 연구진은 전기력을 이용해 트로포닌 I를 센서의 감지영역 안에서 신속하게 흡착시켜 검출에 필요한 시간을 줄였다.

유전영동을 이용하기 위해 독특한 설계를 가진 ‘전기식 면역 센서(immunosensor)’를 개발했다. 면역 센서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트로포닌 I를 항원처럼 인식하는 항체를 탄소나노튜브에 뿌려놓고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만약 면역반응이 나타나면 이를 전기신호로 감지한다.

이 센서는 두 쌍의 전극(내장형 채집전극과 감지전극)과 고감도의 탄소나노튜브(single-walled carbon nanotube, SWCNT)로 구성된다. 내장형 채집전극은 25~80㎛ 간격을 두고 탄소나노튜브 채널 밑에 놓인다. 내장형 전극은 유전영동을 이용해 트로포닌 I를 채집한다. 전기장 세기를 최대화해 채집 및 감지 시간을 1분 정도로 줄였다. 또 측정 한계도 0.7~0.8pg/mL로 크게 향상시켰다.

채집된 트로포닌 I를 감지하는 역할은 채집전극 위에 있는 탄소나노튜브 채널이 담당한다. 탄소나노튜브가 있는 감지전극(소스 및 드레인 | 전극 간격: 20㎛, 전극 너비: 50㎛)이 채집된 트로포닌 I의 전기저항 변화를 측정하게 된다.

500배 희석된 사람 혈청(human serum)과 TBE 용액에서 트로포닌 I의 농도가 100ng/mL에서 1pg/mL로 줄어들자 단일벽 탄소나노튜브의 상대적 전기저항이 측정됐다. 이 값은 트로포닌 I 농도가 변하는 추세와 일치했다. 트로포닌 I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기저항이 일정하게 늘어남에 따라 센서로 활용 가능하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또 이 면역 센서는 대조군으로 쓰인 TBE 용액과 500배 희석된 사람 혈청에 섞었을 때 모두 높은 선택성을 보였다. 다른 심장 생체표지자(미오글로빈)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지만 트로포닌 I는 예민하게 감지해 전기저항의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 부분 역시 트로포닌 I만 목표로 하는 센서로 활용 가능함을 입증했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로 새로운 형태의 트로포닌 I 면역 센서를 개발했으며, 측정시간도 인체 혈청 기준으로 약 1분 정도로 매우 신속하게 표지자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측정 방법 또한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매우 간단하다. 센서 가격도 기존의 상용 센서에 비해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관련 특허는 등록이 완료됐다.

참고) 용어 설명

1. 심근경색(AMI) : 심장은 크게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에 의해 산소와 영양분을 받고 활동한다. 이 3개의 관상동맥 중 어느 하나라도 혈전증이나 혈관의 빠른 수축(연축) 등에 의해 급성으로 막히는 경우, 심장의 전체 또는 일부분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심장 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괴사) 상황을 심근경색증이라 한다.

2. 심장 트로포닌 I(cTnI) : 트로포닌 I는 심장 근육에서 볼 수 있는 트로포닌 복합체의 하위 단위다. 급성 심근경색의 임상 진단을 위한 고도로 특정적이고 고감도의 생체표지자다. 정상 혈청에서 트로포닌 I 농도는 일반적으로 0.6ng/mL 이하다.

3. 유전영동(DEP) : 유전영동은 불균일한 전기장 아래에서 입자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의공학이나 나노전자 연구에서 마이크로 및 나노 입자의 채집과 전달, 분리, 조작에 중요한 전기 기술로 쓰인다. 유전영동은 단백질을 신속하게 고감도로 감지하기 위한 참신한 접근법으로 여겨진다. 또 채집시간의 단축(보통 몇 분 이내), 다양한 조정 가능한 인자, 소형화 및 집적화 등의 장점이 있다.

4. TBE(Tris-boric acid-disodium EDTA) : 전기영동에 쓰이은 완충용액. 산도(pH)의 감소를 도우며 전도성을 띤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체 혈청의 대조군으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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