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의 주요 고장 원인이 되는 발열을 관리할 수 있는 냉각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존 냉각방식인 증발 대신 물이 끓는 비등의 원리를 이용해 2배 이상의 냉각성능을 내면서도 작동 방향과 관계없이 쓸 수 있는 기술로 향후 전자제품이나 전자장비, 의료용·군사용 장비, 전기자동차, ESS용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기계연구본부 에너지변환기계연구실 이정호 책임연구원이 전자제품 및 전자 장비의 열관리를 위한 새로운 냉각기술 '무방향성 상변화 냉각판' 개발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냉각판의 고온부 금속 표면을 다공성 구조로 가공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물이 끓게끔 냉각 성능을 2배 이상 높였다. 매끄러운 표면보다 요철이 있는 구조에서 물이 더욱 빨리 끓는 점에서 착안한 기술이다.
또한 냉각판의 작동 원리를 기존 냉각장치로 주로 쓰이는 증발 방식에서 액체가 끓는 현상을 일컫는 비등 방식으로 바꿔 방향과 관계없이 작동하도록 했다. 비등은 물이 1기압 100도에서 끓어서 증발하는 것을 뜻한다. 증발은 빨래가 마르거나 컵 속의 물이 증발하듯 액체가 기화하는 현상을 모두 포함한다.
개발한 냉각판을 전자제품 내부 고온이 발생하는 부품에 부착하면 발열부와 맞닿은 부분에서 기포가 발생한다. 기포가 압력에 의해 액체를 사방으로 밀어내면서 냉각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압력에 의한 이동이기 때문에 작동 방향의 변화와 관계없이 우수한 냉각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발열은 전자제품 고장 원인의 54%에 달할 정도로 전자 장비의 수명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된다. 미국 공군 항공전자 진실성 프로그램 연구 결과 반도체의 경우 약 70도가 넘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호 박사는 "전자제품과 전자 장비 뿐만 아니라 방열 및 냉각을 해야하는 많은 산업 분야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고발열 냉각이 필요한 고출력 전자 장비를 비롯해 최근 크게 배터리 화재로 이슈가 된 ESS 배터리,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냉각, 고출력 LED 등의 열관리 분야에 직접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