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밥줄’ 끊는 새 항암치료법 개발! 난치성 암 치료에 비전 제시
암세포 ‘밥줄’ 끊는 새 항암치료법 개발! 난치성 암 치료에 비전 제시
  • 김수아 기자
  • 승인 2017.06.22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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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유자형 교수팀, 미토콘드리아 내 펩타이드 자기조립 유도해 암세포 자살시켜
공동연구팀의 모습_앞줄 왼쪽부터 김인혜 연구원, M.T. Jeena 연구원, 유자형 교수, 고은민 연구원, 이은지 교수, 뒷줄 진선미 연구원, 곽상규 교수(사진:UNIST)

우리 몸의 단백질, DNA, RNA 등의 생체물질은 잘 정렬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제대로 유지돼야 활성을 갖게 되고, 생체물질 구조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생명체의 복잡한 대사과정, 신호전달, 근육의 움직임이 조절돼 생명이 유지된다.

합성 분자의 자기조립에 의해 만들어진 합성나노구조는 크기와 모양이 생체물질과 유사하게 조절 가능하다. 이 점을 이용해 합성나노구조를 인공 생체물질로 사용할 수 있다. 이때 합성나노구조가 다른 생체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인위적으로 생명체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생명체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질병 치료로 개발로 확장이 가능하다.

생체물질 대부분은 세포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합성나노구조가 생체물질과 상호작용을 일으키게 하려면 합성나노구조체를 세포 안으로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세포 안으로 나노구조를 전달하는 데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작은 분자는 세포 안으로 별도의 메커니즘 없이 확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세포 안에서 생체물질의 구조가 만들어지듯 작은 분자가 세포 안에 들어가 분자의 자기조립을 통해 나노구조가 이루어지게 한다면 세포 내부에서 생체물질과 합성나노구조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포 소기관을 표적으로 삼게 되면 아주 작은 공간에 분자들이 놓이게 돼 주변농도를 매우 높일 수 있고, 이에 따라 더욱 안정한 자기조립구조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배경을 기반으로하는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암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려 암세포를 자살시키는 방식으로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 화학과의 유자형 교수팀은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곽상규 교수팀, 충남대(총장 오덕성)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이은지 교수팀과 공동으로 암세포 미토콘드리아 안에서의 합성 펩타이드 자기조립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6월 21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으며, 기존의 암 치료는 수술을 통해 암 조직을 제거한 뒤 화학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화학약물을 계속 투여하다 보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암세포에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화학약물로 암을 억제하기 어렵다.

유자형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분자의 자기조립(self-assembly)’을 이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암세포 내부에서 스스로 뭉친 분자들이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그립설명: 펩타이드 분자가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삼고, 그 안에 쌓이면 펩타이드 농도가 높아지면서 분자들이 자기조립하게 된다. 자기조립된 나노섬유구조는 미토콘드리아의 막을 뚫어 구멍을 만들고, 이때 미토콘드리아 안에 단백질이 세포질로 방출이 되면서 세포 사멸이 유도된다.

연구팀은 특히 세포 소기관 중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삼고, 이를 파괴시킬 자기조립물질을 합성했다. 세포 내 에너지 공장으로 알려진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리면 암세포도 사멸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합성한 물질은 트리페닐포스포늄(triphenylphosphonium)을 연결한 펩타이드다.

트리페닐포스포늄 펩타이드는 세포 밖에서 자기조립하지 못하고 분자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 분자가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 쌓이면 그 농도가 수천 배 높아지게 된다. 이때 분자들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면서 자기조립하여 나노섬유구조를 만들게 된다.

분자 하나가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끼치는 영향은 작다. 하지만 분자 수백~수천 개가 모여 만든 나노섬유구조의 영향력은 매우 커서 미토콘드리아 막에 구멍을 뚫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던 단백질들이 세포질로 나오면서 암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사진설명, 미토콘드리아 표적 펩타이드와 자기조립된 나노섬유 전자현미경 사진. 미토콘드리아 내분에서 형성된 나노섬유가 미토콘드리아막에 구멍을 뚫는 전자현미경 사진.

유자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화학약물 치료와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내성을 이겨낼 수 있다”며 “난치성 암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기대효과를 쉽게 정리하자면, 기존 암세포 제어 약물 발굴 연구에서는 암세포의 유전자에 달라붙어 기능을 못하게 하거나, 암세포 특정 단백질에 달라붙어 기능을 못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이용했다.

하지만 반복적인 약물 복용은 암세포가 약물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만들어 더 이상 약물이 작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 연구된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기 때문에 이러한 내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암세포 자체의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각종 암의 치료법으로 응용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밝혀진 연구결과에는 기존에 합성나노구조를 통해 세포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향후 암, 치매, 당뇨병, 심장질환과 같은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신약 연구 개발 분야로의 가능성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UNIST 자연과학부의 이현우 교수와 UNIST 생명과학부의 배성철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한국연구재단과 UNIST 미래전략지원과제 등을 통해 이뤄졌으며, 논문명은 'Mitochondria localization induced self-assembly of peptide amphiphiles for cellular dysfunction' 이다.

 

참고) 용어해설 

자기조립(self-assembly): 자기조립은 자연계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현상이다. 인지질이 모여서 만드는 세포벽, 긴 펩타이드 사슬이 모여서 만드는 단백질 나노구조, DNA 이중사슬 등이 모두 자기조립현상으로 만들어진다. 자기조립은 동적인 현상으로 DNA 이중사슬이 풀려서 전사되고 다시 조립되는 것과 같이, 외부자극이나 환경에 따라 분해와 조립이 조절된다.

합성나노구조를 이루려면 자기조립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분자들이 비공유결합을 통해 서로 충분한 인력이 존재할 때 스스로 응집돼 만들어진다. 이러한 자기조립 과정은 개별 분자와 응집분자체의 평형으로 특정 농도 이상에서 열역학적으로 안정하게 된다. 즉, 농도가 작을 때는 대부분 개별 분자로 물속에 존재하게 되고, 농도가 어느 수준 이상 돼야 자기조립이 돼 나노구조를 만든다.

멀티발렌트(Multivalent) 결합: 분자 하나의 리간드가 생체물질의 수용체(receptor)와 반응하는 힘은 작으나, 분자 여러 개가 모인 나노구조체에는 수백, 수천 개의 리간드가 달려 있어 생체물질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커지게 된다. 이와 같은 여러 개의 리간드가 있는 구조체가 한꺼번에 생체물질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멀티발렌트(multivalent) 결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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