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해, 수소 얻는 혁신적인 촉매 개발 했다.
물 분해, 수소 얻는 혁신적인 촉매 개발 했다.
  • 박현진 기자
  • 승인 2017.02.14 0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업화까지 이어질 경우, 에너지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Ru@C₂N촉매의 구조>루테늄 나노 입자가 2차원 유기 구조체(C₂N)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는 모식도(황금색: 루테늄, 검은 회색: 탄소, 하늘색: 질소). 2차원 유기 구조체 C₂N에 균일하게 분포된 각 구멍의 중심에 6개의 질소 원자들이 루테늄 나노 입자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고정시키고 있는 구조다.(사진:UNIST)

화석 연료의 유한성과 유가 상승, 지구온난화 문제로 전 세계가 친환경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물을 원료로 하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이 중 하나다. 물은 지구상에서 무궁무진하므로 화석 연료가 가진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 자체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므로 환경오염 부분에서도 자유롭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잘 알려진 것은 물의 전기분해다. 그 중 전기화학적인 수소발생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은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이 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과전압을 낮추는 촉매가 개발돼야 한다. 이런 기술의 중요성은 이미 미국, 일본, 독일을 비롯한 기술 선진국에 의해 상당히 연구돼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의 물 분해 촉매는 백금이다. 그러나 백금은 귀금속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촉매로 상용화하기에 가격이 너무 높다. 이뿐 아니라 낮은 안정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가장 경제적인 촉매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루테늄(Ru) 기반의 이 물질은 최고의 촉매로 알려진 백금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가격은 4% 수준으로 저렴하다. 물의 산도(pH)에도 영향 받지 않아 촉매로 쓰기에 적절하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루테늄과 2차원 유기 구조체인 C₂N을 합성해 물 분해 촉매로서 성능을 검증했다. C₂N에 루테늄을 붙여 고정시킨 이 물질의 이름은 ‘Ru@C₂N’이다. 이 물질은 나노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13일(영국 현지시간) 공개됐다.

<수소 발생 반응에서 촉매 효율 비교> 과전압이 낮을수록 우수한 촉매임을 나타내는데, 이번 연구에서 Ru@C₂N은 산도에 관계없이 최고의 성능을 보였다.a. 산성(황산) 조건에서 과전압 세기에 따른 Ru@C₂N 촉매와 백금 촉매의 전환효율(TOF)비교표.b. 염기성(수산화칼륨) 조건에서 Ru@C₂N 촉매와 백금 촉매의 전환효율 비교표.

물을 원료로 수소를 얻는 기술이 상업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좋은 촉매가 필요하다. 이때 물 분해 촉매는 '수소변환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낮은 전압에서 작동하고',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특히 전기화학적으로 구동되는 물 분해 촉매는 산도(pH)에 영향 받지 않고 낮은 전압에서 수소를 발생시키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현재 수소발생반응에 사용되는 백금 촉매는 고가의 귀금속이라 가격 대비 수소 양산에 어려움이 있다. 또 염기성에서는 안정성이 낮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등장한 값싼 비귀금속 촉매들은 산성에서 부식되거나, 높은 전압에서 작동해 비용과 생산성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

<수소 발생 반응에서 촉매 효율 비교>과전압이 낮을수록 우수한 촉매임을 나타내는데, 이번 연구에서 Ru@C₂N은 산도에 관계없이 최고의 성능을 보였다. c. 산성 조건에서 다양한 물 분해 촉매의 과전압 비교. d. 염기성 조건에서 다양한 물 분해 촉매의 과전압 비교.

이번 백종범 교수팀이 개발한 Ru@C₂N은 물 분해 촉매의 상업적 경쟁력 4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고성능의 물질이다. 이 물질은 백금처럼 수소전환효율(turnover frequency, TOF)이 높고, 물을 전기분해할 때 필요한 전압(과전압)이 낮아도 구동된다. 또 물의 산도(pH)에 영향 받지 않아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u@C₂N 합성 공정은 단순하다. 백 교수팀은 다공성 2차원 유기구조체인 C₂N을 구성하는 단량체와 루테늄 염(RuCl₃)을 단순히 교반시켰다. 그런 다음 환원 및 열처리하면 Ru@C₂N 촉매가 생성된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코발트(Co), 니켈(Ni), 납(Pb), 백금(Pt)도 제조해 M@C₂N(M=Co, Ni, Pb, Pt) 촉매도 만들었다. 각각 촉매의 수소발생효율을 비교한 결과 Ru@C₂N 촉매가 가장 낮은 과전압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보였다. 또 촉매 활성도도 다른 촉매보다 뛰어났다.

백종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기술 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뿐 아니라 기초부터 응용까지 광범위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이 물질은 학문과 과학기술의 잠재적 가치 덕분에 많은 분야에서 곧바로 주목받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논문은 UNIST 연구진이 상호 긴밀하게 협력해 도출한 우수한 연구성과”라며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연구역량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Ru@C₂N 촉매를 개발한 UNIST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백종범 교수, 정후영 교수, 자비드 마흐무드 박사, 펭 리 박사다(사진:UNIST)

논문의 제1저자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자비드 마흐무드(Javeed Mahmood) 박사와 펭 리(Feng Li) 박사다. 교신 저자는 백종범 교수와 정후영 UNIST 연구지원본부 교수, 박노정 UNIST 자연과학부 교수다.

현재 많은 선진국이 정부 차원에서 미래청정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고려하며, 수소산업의 중심에 있는 물 분해 촉매 개발에 힘쓰고 있다. 따라서 물 분해 촉매의 연구방향을 제시한 본 연구 성과가 궁극적으로 상업화까지 이어질 경우, 에너지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연구는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비가역 반응을 통해 합성한 안정적인 2차원 유기 구조체에 금속 나노 입자를 고정함으로써 금속촉매가 가지는 여러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연구자가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더 발전된 물 분해 촉매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로 수행됐으며, 논문명은 'An Efficient and pH-universal ruthenium-based catalyst for hydrogen evolution reaction'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