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얇은 산화물 반도체 개발
세상에서 가장 얇은 산화물 반도체 개발
  • 박현진 기자
  • 승인 2017.02.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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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이종훈 교수팀, 그래핀 위 산화아연 반도체 소재 성장 실시간 관찰 성공
탄소 원자가 육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는 그래핀 위에 산화아연이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래픽. 빨간색이 산소 원자, 형광연두색이 아연 원자를 나타낸다. (사진:UNIST)

최신 IT기기는 잘 휘어지면서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웨어러블 기기는 고성능의 유연전자소자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유연전자소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차원 소재를 합성해야 하는데 ‘고온’에서 합성할 경우, 발생되는 열로 인하여 플라스틱 기판이 녹아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반도체(semiconductor)의 크기는 작아지면서 성능은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실리콘 역시 고집적화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켜 왔다. 그러나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성능의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과학자들은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를 찾아왔다.

2004년 그래핀이 발견되고 현존 물질 중 열과 전기가 가장 잘 통한다는 게 알려짐에 따라 실리콘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그래핀은 밴드갭(band gap)이 없어 금속성을 지니는 한계가 있다.

전기적 신호에 의해 전류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므로 반도체로 제작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시 말해 반도체는 인위적으로 전기를 흐르게도 하고 흐르지 않게도 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사용되는 것인데, 그래핀 자체는 반도체로서의 의미가 미비하다.

원자 한 층 두께의 산화물 반도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UNIST(총장 정무영) 신소재공학부의 이종훈 교수팀이 ‘2차원 산화아연 반도체(2-dimensional ZnO Semiconductor)’를 개발했다. 그래핀 위에 산화아연을 원자 한 층 수준으로 성장시켜 만든 이 물질은 기존에 산화물 반도체 중 가장 얇은 게 특징이다. 

또한 얇고 투명하며, 유연한 전자기기나 초소형 센서 등의 전자장치를 개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이종훈 교수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 전자기기에는 고성능 유연소자가 필수적”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얇고 유연하면서도 성능 좋은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단일 원자층의 산화아연이 원자 단위로 성장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모습.

반도체는 작은 크기와 고성능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 역시 이런 흐름을 따른다. 하지만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성능 부분에서 한계가 나타났다. 이에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래핀은 실리콘을 대체할 강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밴드갭(band gap)’이 존재하지 않아 반도체로 활용할 수 없었다. 밴드갭은 전자가 없는 영역인데 이 부분을 이용해 전기를 흐르게도, 흐르지 않게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래핀에서는 이 부분이 없어 전기가 잘 통하기만 한다.

이에 그래핀 위에 밴드갭이 있는 산화물을 성장시켜 반도체를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됐다. 전기전도성이 좋은 그래핀을 기판으로 쓰고, 밴드갭이 있는 산화물을 이용해 반도체처럼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종훈 교수팀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왼쪽부터 조준현 연구원, 이종훈 교수, 홍효기 연구원의 모습(사진:UNIST)

이종훈 교수팀은 그래핀 위에 산화아연(ZnO)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산화아연도 그래핀처럼 육각형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2차원 산화아연 반도체’는 ‘양자구속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에 의해 4.0전자볼트(eV)의 밴드갭을 보여 고성능의 전자소자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기존 산화아연 산화물 반도체는 3.2eV 정도의 밴드갭을 가지는데, 이 수치가 클수록 반도체의 누설 전류와 잡음특성을 감소시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 위에서 산화아연의 성장 모습이 실시간으로 관찰됐다. 산화아연 생성 초기 산소와 아연 원자들은 그래핀을 이루는 탄소 원자 위에 자리잡았고, 성장하는 단계에서 배열 각도를 조금씩 바꿔 그래핀 위에 나란히 올려지는 형태를 이뤘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홍효기 UNIST 신소재공학부 박사과정 연구원은 “산화아연이 육각형 배열을 이루는 모습을 실제로 관찰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를 통해 2차원 산화아연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원리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앞으로 다양한 이차원 물질 위에 나노 물질을 성장시키고 초기 결정 성장 과정을 관찰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며 “새로운 이차원 물질의 연구와 개발은 얇고 투명하고 휘어지는 미래 전자기기 개발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신소재공학부 유정우 교수와 전영철 교수,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곽상규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최신호로 출판됐다. (논문명: Atomic Scale Study on Growth and Heteroepitaxy of ZnO Monolayer on Graphene)

 

참고) 용어해설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나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논문집. 나노기술과 관련된 획기적인 결과만을 신속하게 발표하며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에서 발행한다. 광범위한 응용가능성을 갖는 나노 기술과 관련된 연구결과들이 본 저널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피인용 지수: 13.779, 2016년 기준)

산화아연(ZnO): 아연(Zn)와 산소(O)가 교대로 육각형 격자를 이루는 단원자 두께의 층상 구조 물질이며, 구조적으로는 그래핀의 육각형 격자와 매우 유사하다.

밴드갭(Band gap):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반도체는 이러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물질에 밴드갭이 없으면 금속성을 지니며 밴드갭이 크면 전류가 통하지 않은 절연체의 성질을 지니게 된다.

양자구속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 입자 크기가 수십 나노미터 이하인 경우에서 전자가 공간 벽에 의해 불연속적인 에너지 상태를 형성하며, 공간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전자의 에너지 상태가 높아지고 넓은 띠 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를 양자구속효과라고 한다.

누설전류(Leakage current): 절연체에 전압을 가했을 때 흐르는 약한 전류를 말한다. 내부를 흐르는 것과 표면을 흐르는 것이 있으나, 보통 표면을 흐르는 것이 더 크며, 이것을 표면 누설전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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