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림’은 내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
‘국유림’은 내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
  • 최광민 기자
  • 승인 2015.11.05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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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땅을 세금을 내는 국민이 좀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김용하 산림청 차장

일선 현장을 다닐 때면 종종 듣는 말이다. 국유림을 무단으로 점유해서 고추, 옥수수 등을 가꾸고 계신 분들이나, 산채 등을 재배하기 위해서 국유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부탁을 하시는 주민 분들이 주로 하시는 말씀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20년 전쯤인가 심심풀이로 봤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1992)’ 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주인공은 헐리우드 미남 배우인 톰 크루즈로, 1892년 아일랜드의 소작농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이 지주의 억압을 피해 자유의 나라, 무엇보다도 자신의 땅을 가질 수 있는 미국으로 떠나 자신의 땅을 갖기까지의 모험을 그린다.

영화 속에서는 땅을 가지기 위해 수 십 명이 경주라도 하듯 한 곳을 향해 말을 타고 달린다. 달리는 말의 모습은 경마장을 달리는 경주마보다 치열하고, 말을 탄 사람의 표정은 전 재산을 걸고 투전판에 앉아 있는 사람보다 더 처절하다. 맹렬히 달리던 말에서 허겁지겁 내린 사람은 땅에 깃발을 꽂는다. 할리우드 미남 배우도 땅에 빨간 깃발을 꽂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1892년 미국은 주인이 없는 땅에 깃발을 꽂으면, 그 땅은 자신의 소유가 됐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2015년이다. 국유림에 깃발을 꽂는다고 자신의 땅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즉, 국유림을 개간해서 농사를 짓는 것으로 자신의 땅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이와 같은 행위를 ‘국유림은 국민의 땅’이라 주장하면서 정당화 한다. 그러나 이는 당연히 법을 어기는 행위이다.

국유림의 무단점유를 방지하기 위해 산림청에서는 전국의 27개 국유림관리소를 통해 매년 전체 국유림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다. 금년에는 산림내 위법행위 근절을 위해 국유림 무단점유를 “비정상의 정상화과제”로 선정하였으며 무단점유지 복구 등 정리 방안을 골자로 하는 ‘국유림 무단점유지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무단점유지 패트롤 및 명예감시원 제도’를 도입하였고 무단점유 감시 인력 285명을 확보하여 전국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래도 국유림 무단점유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5년 6월 현재 국유림 무단점유지는 5672건에 달한다. 이는 작년 대비 105건이 증가한 수치다. 산림청에서는 최근 5년간(2010~14년) 원상복구 등의 방법으로 무단점유지 2996건을 정리했다. 매년 무단점유지 600건 가량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리하는 수만큼 매년 무단점유지가 신규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국유림 무단점유는 대부분 소규모로 행해진다. 자신이나 가족이 이용할 고추 등 밭작물 재배를 위해 훼손하고 무단으로 점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더운 여름날 가랑비를 맞으면 처음에야 시원하고 좋겠지만 결국 옷은 축축하게 젖어 갈아입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른다. 국유림 무단점유도 이와 같다.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국유림을 조금씩 훼손하여 점유하다 보면 당장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 같지만 결국은 그렇지 않다. 젖은 옷이야 갈아입으면 된다지만, 산림은 어떤가. 한번 훼손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우리가 국유림을, 산림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010년 기준 109조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218만원 상당의 산림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눈앞에 작은 이익을 위해 국민 모두의 국유림에 깃발을 꽂아 자신만의 공간으로 바꾼다면, 이러한 혜택은 점점 줄어 들 것이다. 심지어 산사태 등 산림 재해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덮칠 수도 있다. 국유림 훼손과 무단점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지금, 국유림은 내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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