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그래핀 ‘전자레인지’로 대량 생산 한다?
고품질 그래핀 ‘전자레인지’로 대량 생산 한다?
  • 정한영 기자
  • 승인 2016.09.02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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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그래핀, 전자레인지에 넣고 1~2초 돌리면 고품질 그래핀 완성
산화그래핀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마이크로파 처리를 하는 실험과정. 고순도의 그래핀을 얻을 수 있다(사진:UNIST)

탁월한 물리적․전기적 특성을 가진 그래핀을 생산하는 방법으로는 기계적․화학적․화학증기증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그래핀의 대량생산에는 ‘화학적으로 박리된 산화그래핀’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깨끗한 그래핀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결함을 갖게 된다.

산화그래핀은 그래핀에 산소 기능기가 붙어 있는 형태를 의미한다. 산소 기능기를 없애는 환원 과정을 거쳐야 전도성이 있는 그래핀으로 만들 수 있다. 산소 기능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는 많았다. 하지만 이런 연구를 통해 제작된 그래핀의 품질과 성능은 기계적․화학증기증착법으로 합성된 그래핀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이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산화그래핀을 환원하는 방법을 이용해 만든 그래핀은 촉매, 에너지 저장 소재로 널리 쓰인다. 이처럼 산화그래핀의 품질을 높일 효과적인 환원법의 연구가 필요한 시점에 UNIST(총장 정무영) 출신 양지은 박사가 전자레인지로 고품질 그래핀을 완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핀은 크게 ‘대면적 그래핀’과 ‘그래핀 플레이크’로 구분되는데 각기 용도가 다르다. 대면적 그래핀은 스마트폰의 터치패널 등에 쓰이는 투명전극에 적합하다. 그래핀 플레이크는 가루나 용액이 대량으로 필요한 전도성 잉크나, 고분자 복합재료, 촉매 등에 쓰인다.

일반적으로 대면적 그래핀은 화학증기증착법으로 합성하고, 그래핀 플레이크는 흑연을 산화시켜 산화그래핀을 만든 뒤 이를 환원시켜 얻는다. 대면적 그래핀에 비해 그래핀 플레이크는 고품질 그래핀을 얻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흑연을 산화하는 과정에서 그래핀 고유의 구조가 깨지기 쉽고, 결함도 생기기 때문이다.

양지은 박사(사진:UNIST)

이에 양지은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고품질 그래핀 플레이크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흑연을 산화시켜 얇게 떼낸 산화그래핀을 300℃ 온도에서 부분적으로 환원시킨다. 그런 다음 전자레인지에 넣어 1~2초 정도 마이크로파를 가하면 된다.

양지은 박사는 “부분적으로 환원된 산화그래핀은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며 “이 덕분에 아주 짧은 시간에 산화그래핀에 있는 산소 기능기를 제거할 뿐 아니라 결함이 생긴 그래핀 평면도 빠르게 재배열시킨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방법으로 만든 그래핀의 산소 함량은 4%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방식으로 제작한 그래핀의 산소 함량 15~25%보다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그래핀 플레이크의 결함도 매우 적어 전하 이동도도 뛰어났다.

산화그래핀과 전자레인지에서 마이크로웨이브 처리된 환원그래핀의 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 사진. 환원 후에 매우 결정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저자로 참여한 신현석 UNIST 교수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제조한 그래핀 플레이크의 품질이 대면적 그래핀의 품질 수준과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경제적으로 대량의 고품질 그래핀을 제조할 원천기술을 확보한 만큼 그래핀 플레이크의 적용 분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을 포함한 EU,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경제적으로 그래핀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고품질 그래핀 대량생산 기술은 재현성이 떨어지고 매우 비싼 미개척 시장이므로 미래 사업화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는 미국 럿거스대(Rutgers University) 공과대학 재료공학과 매니시 초왈라(Manish Chhowalla) 교수다. 초왈라 교수는 UNIST 초빙교수로 신현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정후영 UNIST 연구지원본부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다. 양지은 박사는 신현석 교수의 제자로 UNIST 졸업 후 초왈라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세부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이 갖는 뛰어난 성능을 유지하면서 산화그래핀의 단점을 줄여 고품질 그래핀을 만드는 환원법을 개발한 것이다. 산화그래핀은 산소 기능기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전기적으로 절연체의 성질을 갖는다. 이를 전도성 있는 그래핀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환원법이 보고됐다.

또한 기능기를 제거하는 전형적인 환원법으로는 하이드라진 환원제를 넣고 오랫동안 반응시키거나, 아주 높은 온도(3000K)에서 가열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산소 기능기를 완벽하게 제거하기는 어렵다. 또 산소 기능기들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그래핀 평면에 결함이 많이 남아 그래핀이 갖는 뛰어난 전기적 특성을 보존하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팀은 짧은 시간 안에 산화그래핀을 환원시키면서 결함도 매우 적은 환원법을 개발했다. 산화그래핀을 300℃에서 부분적으로 환원시킨 후, 전자레인지에 넣어 1~2초 동안 펄스를 가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환원된 산화그래핀은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이 덕분에 아주 짧은 시간에 산소 기능기를 제거할 뿐 아니라 결함이 생긴 그래핀 평면을 빠르게 재배열시킨다.

이 방법으로 환원시킨 그래핀(산소 함량 4%)은 기존 방식으로 환원시킨 그래핀(산소 함량 15~25%)보다 현저하게 낮은 산소 함량을 보였다. 또 결함이 매우 적어 기존 방식으로 환원된 그래핀보다 아주 뛰어난 전하 이동도(~1500cm2-V-1-s-1)를 나타냈다. 또 이번 연구에서 제조한 그래핀은 높은 전도도를 갖기 때문에, 전기화학 실험에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촉매를 지지하는 전극물질로 전도성을 갖는 유리상 탄소(glassy carbon)나 니켈 거품(nickel foam)이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만든 그래핀을 촉매 지지체로 사용한 결과, 산소 발생 반응에서 기존보다 훨씬 나은 성능을 보여줬다. 또 오랫동안 구조체가 분해되지 않고 안정적인 부분도 확인됐다.

이번 기술로 만든 높은 전도도를 갖는 그래핀 위에 Ni-Fe(니켈-철)을 코팅해 산소 발생 반응 촉매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방법으로 환원된 그래핀(Tafel 기울기: 360 mV/dec) 보다 훨씬 나은(38mV/dec) 성능을 보였다. 또 15시간 이상 그래핀 구조체가 분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구동됐다. 또 유사한 방법으로 수소발생촉매의 구조체로도 응용했다. 그 결과 100시간 이상 안정적인 성능을 가졌다. 이 기술로 만든 그래핀이 고품질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환원법은 아주 쉽고 빠르며 효과적으로 산소 기능기를 제거할 수 있다. 이 덕분에 고품질 그래핀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향후 이 방법으로 만든 그래핀은 다양한 촉매나 에너지 저장 소재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래핀 플레이크의 가격이 비싸서 적용이 불가능한 분야에 사업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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