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UNIST(총장 정무영)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UNIST 학생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 퀄컴에 입사해 주위에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윤희인(1992년생, 만 27세) UNIST 전기및전자공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전인 작년 2월 퀄컴 입사를 확정지었다. 학위 취득까지 남은 과정을 2일(목) 마무리하고 5월 말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윤희인 학생은 2011년 3월 UNIST 학부 과정에 입학해 2012년 5월부터 최재혁 교수의 연구실에서 반도체 회로 설계 연구를 해왔다. 경력으로 따지면 8년차 반도체 회로 설계 디자이너다. 그동안 그녀는 통신 칩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데 필요한 회로인 ‘주파수 합성기(Frequency Synthesizer)’를 연구해왔다. 주파수 합성기는 스마트폰 같은 통신 단말기가 신호를 주고받는 데 사용하는 주파수를 생성하고 해석하는 반도체 회로다.
그녀는 “5G 통신 환경에서는 새로운 주파수 합성기가 필요해진다”며 “퀄컴에서는 더 효과적인 5G 통신을 위한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는 중인데, 입사하면 주파수 합성기 분야에서 연구를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교수인 최재혁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퀄컴에서 박사 학위도 받기 전 채용을 확정한 사례는 드물다”며 “윤희인 학생이 UNIST에서 쌓은 실력과 지난해 퀄컴에서 인턴으로 보여준 모습을 보고, 우수 인재를 선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 입사 확정은 2017년 8월부터 시작한 인턴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전에도 윤희인 학생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박사펠로우십(GPF, 2016년)’ 선정,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SSCC)에서 ‘학생연구 발표상(Student-Research Preview Award, 2018년)’ 수상 등 굵직한 성과로 두각을 보여왔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 퀄컴 인턴십에 합격했고, 7개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퀄컴은 인턴십 과정에서 실력을 충분히 봤다며, 면접까지 생략한 특별채용을 제안했다. 박사 학위 취득까지 남은 시간도 흔쾌히 기다려줬다.
그녀는 “퀄컴에서는 2020년 출시를 목표로 한 통신 칩 프로젝트에 참여해 많이 배우고 즐겁게 연구했다”며 “대부분 남성 엔지니어였지만 총괄 매니저가 중국계 여성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고 그분처럼 실력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UNIST에 돌아와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던 윤희인 학생은 올해 초 IEEE 반도체 회로 분야(SSCS) ‘박사과정 업적상(Predoctoral Achievement Award, 2019년)’도 받았다. 이 상은 전 세계에서 반도체 회로를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국제논문, 학업성적, 연구성과, 추천서 등을 평가해 20여 명에게만 주는 상이다.
윤희인 학생은 “젊고 열정적인 대학 UNIST에서 최재혁 교수님을 만나 반도체 회로를 전공한 게 행운”이라며 “이 분야가 정말 재밌다는 걸 알려주신 최 교수님과 막힐 때마다 기꺼이 함께 고민해준 동료들 덕분에 꿈에 더욱 다가섰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반도체 회로 설계 분야는 산업체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따라서 연구실에서 진행한 결과를 적용한 제품이 산업체에서 바로 만들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윤희인 학생은 이 점을 반도체 회로 설계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이나 TV, 컴퓨터, 자동차 등 우리 생활 곳곳에 반도체 회로 기술이 쓰이고 있으며, 반도체 회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활을 더 편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고 전했다. 이어 “세상의 변화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서 이뤄진다고 믿는다”며 “엔지니어로서 기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 되는,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퀄컴으로 향하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퀄컴은 1985년 설립된 미국의 무선통신 연구개발 기업이다. CDMA 등 2G 관련 주요 기술은 물론, 3G 통신의 핵심 기술 특허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의 1인자로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아래는 윤희인 학생과 인터뷰 내용이다.
Q 퀄컴에 입사하게 된 소감은
A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입사 제안을 2018년 2월에 받고 1년 정도 지났거든요. 당시에 아직 마무리할 연구도 있고, 학위 취득까지 절차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더니 회사 쪽에서 흔쾌히 기다려줬어요. 5월 2일(목) 학위논문 발표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출국과 입사 준비를 할 텐데 그때가 되면 실감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Q 윤희인 학생이 알고 있는 퀄컴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A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핵심 칩은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연산을 담당하는 AP(Application Processor)칩과 고속무선통신을 담당하는 모뎀(Modem)칩입니다. 현재까지는 퀄컴에서 만드는 AP와 모뎀이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고급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퀄컴 제품이 쓰이는데요. 애플도 퀄컴에서 만든 칩을 이용하죠. 모바일 시스템 반도체 칩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퀄컴에서 반도체 회로 설계 분야에 합류하는 것인지
A 네, 아마도 5G 통신에 필요한 반도체 회로 설계를 진행하는 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인턴으로 일했던 분야가 바로 그쪽입니다. 5G 상용화가 우리나라부터 본격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반도체 칩이나 인프라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퀄컴에서는 5G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반도체 회로 설계를 연구 중인데요. 그 분야에 힘을 보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반도체 회로 설계’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한다면
A 반도체 회로 설계자가 하는 일은 건축가와 비슷해요. 건물을 지으려면 재료와 설계도가 필요하잖아요. 반도체 연구도 재료를 개발하는 분야와 설계도를 연구하는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반도체 회로 설계자는 손톱보다 작은 면적의 반도체 물질 위에서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며 전자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회로를 설계합니다.
똑같은 땅이라도 설계도가 다르면 다른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것처럼 목적에 따라 다른 반도체 회로도 다르게 설계할 수 있어요. 반도체 회로 설계도가 공장으로 넘어가면 반도체 칩이 양산되고, 이것이 전자장치에 쓰이게 됩니다. 겉으로는 매우 작아 보이지만 반도체 칩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많은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칩 하나에 수백만에서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고 각각이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데요. 각 분야의 전문 엔지니어들이 최적의 회로를 설계하기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Q ‘반도체 회로 디자이너’의 매력은
A 반도체 회로 설계는 정말 재밌는 분야입니다. 실험하고 논문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에서 발명한 기술을 바로 산업에 쓰이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설계한 반도체 회로를 기반으로 만든 칩에 실험실에 도착하면, 그게 실제로 동작하는 걸 시험하게 되는데요. 그 순간이 매우 재밌고 보람찹니다. 이런 칩들이 생활 곳곳에 적용돼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더욱 즐거워요. 퀄컴에서 인턴으로 지낼 때 2020년 출시를 목표로 한 반도체 칩의 설계를 해보기도 했는데, 굉장히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아직은 많이 생각은 못 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라 많이 배울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실력을 더 많이 쌓고 훌륭한 반도체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로서 기술이 발전되는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세상이라는 큰 원을 수많은 사람들이 밀고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원을 미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들과 청소년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A 저는 정말 재미있게 연구해 와서, 박사과정에 들어온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특히 최재혁 교수팀처럼 좋은 스승을 만나 더욱 즐겁게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후배들과 청소년들도 스스로 즐거운 일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해야 할 직업인데 즐겁지 않으면 꾸준히 하기 어려우니까요. UNIST는 젊은 교수님들이 많아서 연구를 추진하는 힘이 센 곳입니다. 좋은 환경이 갖춰져 연구에 최적인 곳입니다. 더 많은 친구들이 UNIST에서 꿈을 이뤄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