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물 재료는 고온 또는 고습도 조건에서도 재료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태양전지는 고온 또는 고습도 조건에 쉽게 노출되므로 안정성이 뛰어난 산화물 재료를 사용함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산화물에 기반한 태양전지는 낮은 출력으로 효율이 매우 낮아 활용가치가 없다고 여겨져 왔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안정성이 높은 산화물 기반 태양전지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그 결과로 태양전지용 신(新) 산화물 재료들을 다수 제시하여 관련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계산과학연구센터 김동훈 박사팀은 포항공과대학(총장 김도연, 이하 포스텍) 장현명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비스무스-철-크롬계 산화물 재료(Bi2FeCrO6)가 이중 페로브스카이트(Double perovskite) 결정구조를 가질 때 전자(electron)의 수명이 연장되는 현상을 규명하였고, 그 결과 태양전지의 전력 생성량이 크게 증가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KIST-포스텍 공동 연구진은 전자의 거동을 살펴볼 수 있는 계산법(범밀도함수론, Density functional theory)을 활용하여,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산화물 물질 내에서 전자-정공 분리(electron-hole separation) 현상을 발견한 것으로 이와 같이 전자와 정공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면 전자의 수명이 매우 늘어나는데, 그 결과 기존의 단일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재료를 태양전지에 사용했을 때보다 약 1,000배 이상 높은 전류값을 출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양자계산을 활용한 고속대량 스크리닝 기술로 약 1,000여개의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재료물성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고, 그 결과 태양전지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산화물 재료 5가지(Bi2TiVO6, Bi2VCuO6, Bi2CoCrO6, Bi2MnCoO6, Bi2FeVO6)를 엄선하여 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물성의 빅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하여 태양전지용 신소재 개발을 가속화시켰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크고, 산화물 재료가 태양전지의 유망재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다시금 제고하여, 해당 연구 분야의 부흥을 이끌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차세대 태양전지로서의 상용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KIST 김동훈 박사는 “본 연구로 새롭게 제시된 산화물 소재들은 기존의 실리콘 소재와는 달리 밴드갭(Bandgap) 을 넘어서는 큰 전압출력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태양전지 효율의 이론적 한계치(Shockley-Quisser limit)를 넘어서는 것도 가능하다. 과학적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 모두 흥미로운 연구결과이다.”고 말하며, “앞으로 고효율과 안정성을 모두 잡은 산화물 태양전지가 시장에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KIST 김동훈 박사, 포스텍 장현명 교수의 공동지도하에 김동훈 박사과정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 (IF: 10.4, JCR 상위 5.469%)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Electron-Hole Separations in Ferroelectric Oxides for Efficient Photovoltaic Responses, 다운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