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 능가하는 철 촉매 만드는 ‘현대판 연금술’
백금 능가하는 철 촉매 만드는 ‘현대판 연금술’
  • 정한영 기자
  • 승인 2018.02.08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NIST 백종범 교수팀, 철과 2차원 고분자로 반영구적 촉매 개발
2018년 2월 7일자 JACS 표지 이미지 캡처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한 청정에너지 개발에 전 세계가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수소와 산소를 이용하는 연료전지는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상용화 추진이 활발하다. 연료전지에서는 수소를 산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소를 환원시키는 부분이 에너지 관점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산소환원반응(Oxygen Reduction Reaction, ORR)과 관련한 문제들이 중심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현재까지 최고의 ORR 촉매로 알려진 금속은 백금이다. 낮은 과전압과 빠른 전자 이동으로 효율적인 산소 환원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금은 많은 산업에서 요구하는 귀금속이며 내구성 문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상용화하기에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백금을 대체하기 위한 ORR 촉매 연구는 에너지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철(Fe)-질소(N)-탄소(C) 기반의 전기화학 촉매가 백금 기반의 촉매와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며 많은 연구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철 기반의 촉매는 백금에 비하면 저가 금속이라 상업화에 유리한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안정성에 대한 연구가 미흡해 상용화 부분은 지체되고 있다.

이처럼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에는 반드시 ‘촉매’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비싼 귀금속인 ‘백금’을 사용했는데, 이를 값싼 금속으로 대체할 길이 열렸다. 나노물질로 ‘철’을 누에고치처럼 감싸는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덕분이다.

UNIST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팀과 김건태 교수팀은 2차원 유기고분자를 이용해 백금을 능가하는 철 촉매를 개발했다. 2차원 유기고분자가 철을 누에고치처럼 완벽하게 감싸서 철을 안정적으로 보호한 것이 핵심이다. 

Fe@C2N의 구조가 형성되는 모식도: HAB, HKH 단량체가 NMP 용매에 분산돼 FeCl3와 함께 반응하면서 Fe3+@C2N을 형성한다. NaBH4로 환원된 나노입자들이 FexOy@C2N을 형성하고 열처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Fe@C2N이 만들어진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고 물만 배출하는 장치다. 화석연료와 달리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미래 친환경에너지산업을 이끌어갈 가장 중요한 기술로 여겨진다.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려면 산소가 물로 바뀌는 과정(산소환원반응)이 꼭 필요하다. 이때 화학 반응은 촉매 없이 진행되지 않아 연료전지에는 백금 등이 촉매로 반드시 들어간다.

백금은 쉽게 반응하지 않는데다 촉매로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하지만 귀금속이라 비싼데다 매장량의 한계가 있고, 오래 사용하면 녹아버리는 등 안정성도 낮아 백금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됐다.

백종범 교수(사진: UNIST)

백종범 교수팀은 백금을 대체할 물질로 값싼 철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철을 2차원 유기고분자(씨투엔(C₂N)로 꽁꽁 감싸서 다른 물질과 녹슬지 않도록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 촉매는 백금과 같은 성능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이 내용은 ‘나노 에너지(Nano Enegy)’ 2월호에 출판됐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자비드 마흐무드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는 “2차원 유기 구조체의 질소 원자로 철 이온을 고정시킨 다음 열처리하면 철을 완벽하게 감싼 누에고치 구조가 된다”며 “이 구조가 새로운 철 촉매 성능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김건태 교수(사진:UNIST)

이 연구는 기존에 보고된 백금 대체용 철 촉매 연구와 다른 접근법으로 눈길을 모았다. 단순히 철과 다른 분자를 합성시킨 게 아니라 철을 완벽하게 감싼 구조로 촉매 성능을 월등히 높였다는 점이다. 이 내용은 JACS 2월 7일(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며 과학적으로 한 번 더 입증됐다.

JACS 논문의 제1저자인 김석진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철 기반의 다른 촉매와 비교하자 구조적인 차이가 드러났다”며 “다른 촉매와 달리 2차원 구조체가 철을 감싸면서 완벽한 탄소층이 얇게 형성돼 안정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범 교수는 “이번 기술은 연료전지와 금속-공기전지의 상업화에 가장 큰 걸림돌인 귀금속 촉매의 가격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며 “다른 금속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응용할 가능성도 제시해 더 연구한다면 다른 반응의 촉매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금을 대체할 정도로 우수한 철 촉매를 개발한 이번 기술은 ‘현대판 연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발견”이라며 “반응물질과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촉매 작용이 가능한 새로운 과학적 현상을 처음 입증하면서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연구역량도 알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된 기술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나노 에너지(Nano Energy)’ (논문명: Fe@C2N: A highly-efficient indirect-contact oxygen reduction catalyst)와 ‘미국화학회지(JACS)’(논문명: Defect-Free Encapsulation of Fe0 in 2D Fused Organic Networks as a Durable Oxygen Reduction Electrocatalyst)에 연달아 출판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화학회지(JACS)는 이번 연구를 최신호 표지로 선정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