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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그래닉 UNIST 특훈교수, 콜로이드 연구 현황과 전망 제시능동 입자의 발전, 몸속 다니며 치료하는 미세로봇 개발 가능
김수아 기자 | 승인 2017.08.07 10:22

"배터리 없이 움직이는 아주 작은 로봇이 있다면, 체내를 돌아다니면서 병든 곳을 고칠 수 있겠죠? 콜로이드(Colloid) 입자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게 되면 가능한 일입니다.”

능동 콜로이드 연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티브 그래닉 교수

콜로이드는 우유나 잉크, 혈액, 안개, 마요네즈처럼 입자들이 용매 속에 균일하게 퍼져 떠다니는 상태의 혼합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유는 투명한 물(용매)에 지방과 단백질, 칼슘 등이 고르게 퍼져 둥둥 떠다니는 상태다. 이때 단백질, 칼슘 등의 입자 크기는 1㎚(나노미터, 10억 분의 1m)보다 크고, 1㎛(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보다 작다.

콜로이드 입자는 나노 입자보다 값싸기 때문에 충분히 연구되면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자발적으로 추진력을 가지는 ‘능동 콜로이드 입자’는 별도의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아도 돼 잠재력이 크다. 몸속에서 배터리 없이 움직이는 ‘미세로봇’이나 입자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서 동력을 얻는 합성입자 등이 대표적이다.

작은 입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능동 콜로이드 입자는 나노의학과 공학에서 유망기술로 꼽힌다. 특히 능동 콜로이드 입자가 집단으로 모이면 개별일 때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규칙을 띠며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규칙이 왜 생기는 것인지는 아직 많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스티브 그래닉(Steve Granick)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가 최근 ‘집단으로 움직이는 능동 콜로이드 입자 연구’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이 내용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케미컬 소사이어티 리뷰(Chemical Society Review, IF=38.618)’ 최신호에 발표돼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티브 그래닉 특훈교수을 만나 이번 연구에 대해 들어본다.

스티브 그래닉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최신 논문들을 살펴보고 있다

Q. 콜로이드 연구는 왜 중요하며, 주로 어떤 분야에 기여하나?

A. 콜로이드는 광학적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고,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자보다는 훨씬 크다. 또한 나노 입자보다 훨씬 싸다. 콜로이드는 음식, 공기 정화, 페인트 등 산업에 이미 사용되고 있는데도, 과학은 콜로이드 기술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Q. 능동 콜로이드 연구는 언제 시작됐으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나?

A. 콜로이드는 아주 오래된 분야다. 능동 콜로이드 연구는 10여 년 전에 시작된 새로운 작업이다. 능동 콜로이드 분야는 과학자들의 상상력과 새로운 적용, 새로운 이해에서 출발했다. 인류가 지구의 남은 역사 내내 스마트폰이나 엔진 기술만 향상시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꼭 필요한 기술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여는 아주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능동 콜로이드를 처음 만든 것은 자연이다. 자연에는 분자로 이뤄진 ‘생체 모터’가 있다.(작년 노벨화학상은 분자 모터를 합성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우리는 분자 단위의 정교한 움직임을 생체를 비롯한 자연에서 배우고 있다. 능동 콜로이드 연구도 주로 자연계의 콜로이드 움직임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고 보면 된다.

 

Q. 콜로이드가 집단으로 움직이는 법칙을 파악하는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있나?

A. 콜로이드 하나만 연구하는 것 역시 오래된 연구다. 이는 마치 사람 한 명이나 차량 한 대만 관찰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정말로 관심이 있는 것은 가족, 사회, 국가 혹은 트래픽 같은 것이다. 콜로이드에서도 마찬가지로 무리를 이룬 집단의 움직임을 볼 필요가 있었다. 새롭고 도전적인 영역이었지만, 우리는 기존 연구에 계속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콜로이드 입자는 한두 개 단위로 들어있는 게 아니라 엄청 많이 모여있다. 실생활에서 콜로이드를 유의미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집단 움직임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Q. 현재 능동 콜로이드의 집단 움직임 연구는 어느 정도 진척됐나?

A. 현재 과학자들은 개별 콜로이드 입자를 만드는 방법을 파악했다. 또 이것들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시적인 방법들도 알아냈고, 이들을 집단으로(collective) 만드는 원시적인 방법도 개발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은 아주 초기단계, 즉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기술은 점차 발전할 전망이다. 자연이 발명한 생체 속 능동 콜로이드는 이미 아주 잘 작동하는데, 그 원리를 파악해 모사해내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Q. 연구진은 콜로이드의 집단 움직임 연구를 어디에 응용할 계획인가?

A. 아이디어는 아주 많다. 과학자들은 우리 몸이 모터(심장)를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도로 위에도 모터(자동차)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자연계에 있는 콜로이드를 모방해 동적인 것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페인트나 공기 정화 물질, 음식 모두 정적이다. 생명체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기술로 가져오지 못한 것이다. 능동 콜로이드는 ‘자발적 움직임’을 우리 삶에 가져오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가져본 적이 없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Q. 첨단연성물질연구단에서 추진 중인 콜로이드 연구의 목표가 궁금하다.

A. 우리는 미래를 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경제에 가능성을 열었듯, 콜로이드도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본다.

스티브 그래닉 UNIST 특훈교수와 지에 장 연구원의 모습

마지막으로 그래닉 교수는 “콜로이드 입자는 한두 개가 아니라 엄청 많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콜로이드를 제대로 다루려면 집단 움직임을 알아야 한다”며 “마치 사람 한두 명을 안다고 사회나 국가를 파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류가 앞으로 500년을 스마트폰이나 엔진을 향상시키면서 보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라며 “우리 기술은 정적인 페인트, 정적인 음식밖에 만들지 못한다. 능동 콜로이드의 ‘자발적 움직임’을 우리 삶에 가져오게 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스티브 그래닉 UNIST 특훈 교수 양력

소속: UNIST(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

학력: 1978년-학사, 프린스턴 대학교, 1982년-박사, 위스콘신대학교, 박사 재학시절 당대 최고의 고분자물리화학자 존 페리(John D. Ferry)와 공동연구, 박사 후 과정 중 피에르-질 드젠느(199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와 공동연구

경력: 1985~2014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교수, 2014년~현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

 

김수아 기자  yosi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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